'지리산 천왕봉' 먼발치서 미리 만나다

제6구간 육십령∼중재(20.82㎞)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은 불과 9일 만에 두 계절을 경험했다. 지난 1일 오전 5시 창원에서 출발한 종주팀은 오전 8시께 제6구간 출발점인 육십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행 도중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주의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었다.

이날은 계열사 직원까지 포함해 100명이 넘게 참석해 백두대간 종주구간인 육십령∼중재를 거쳐 접속구간을 포함해 20.82㎞ 코스와 육십령∼영취산∼무령고개 11.77㎞ 코스 두 갈래로 일정을 잡았다.

지난번 오대산 구간과는 다르게 쾌청한 날씨와 포근한 기온 탓인지 긴장이 덜 되었다. 출발지인 육십령에 대한 유래는 대략 세 가지 설(說)이 전해지는 데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화적떼가 많아 고개를 넘으려면 육십 명의 장정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넘어야 했다. 육십령은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를 이어주는 고개로 백두대간 덕유산 남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해발 고도가 700m에 이른다.

하산 지점인 함양군 백전면 운산리까지는 도상거리 약 21㎞로 산행 시간은 대략 10∼11시간 소요되며 깃대봉(1014.8m), 977봉, 영취산(1075.6m), 백운산(1278.6m) 크게 네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첫 목표지점인 깃대봉만 오르면 100m 남짓의 표고 차를 보이며 산행이 이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구간은 아니다.

출발한 지 1시간 남짓 걸려 깃대봉에 올랐다. 깃대봉 정상 부근은 금빛 억새 물결이 가파른 산길을 오른 우리를 반겼다. 정상 왼쪽 아래는 운해(雲海)가 펼쳐졌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 일원이 구름에 가려 마치 바다를 쳐다보듯 장관을 이뤘다.

깃대봉에서 경사길로 내려서면 민령을 거쳐 977봉까지 완경사로 억새밭 능선을 오르내려야 한다. 977봉에서 영취산까지는 큰바위 전망대를 거쳐 4.6㎞로 구간 가운데 가장 길다. 어른 키보다 큰 산죽이 오전 햇살을 가려줄 정도로 숲을 이루고 있어 선선한 기운마저 들게 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4시간 만인 12시께 영취산에 도착했다. 11.27㎞를 4시간 만에 주파한 것은 대단한 산행 속도다. 보통 1시간에 2∼2.5㎞가 적당한 산행시간인데 시간당 약 3㎞는 사실상 도보 수준에 가깝다. 종주팀이야 이미 단련된 전문가 수준이지만 함께 산행에 나선 계열사 동료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속도였을 것이다.

무령고개를 통해 하산하는 동료를 위해 영취산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간단한 사진촬영과 인사를 나누며 구간 최고봉인 백운산 정상에 도착했다. 백운산은 저 멀리 지리산 연봉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경치가 그만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지리산 천왕봉이 희미하지만 눈에 들어왔다. 마치 백두대간 종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반가웠다. 아직도 종주구간이 30개 이상 남아 있다.

백운산에서 하산 지점인 운산리까지는 7㎞ 정도로 내리막길이 무서울 정도로 길다. 하지만, 오르막의 고통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내리막길이 고맙기 마련이다. 산행 막바지에 이르자 1.7㎞ 구간이 마치 10.7㎞라도 되는 것처럼 멀기만 했다.

오후 5시 목표지점에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도착했다.

애초 예상 시각보다 1∼2시간 정도 당긴 것으로 종주팀의 체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산행도 단풍에 대한 아쉬움이 머릿속에 남았다.